로마의 지하철 노선은 크게 A, B, C 세 가지로 나뉩니다.
A선과 B선은 로마의 중심인 테르미니역에서 서로 교차하며 운행되지만, C선은 주로 관광객이 갈 일이 거의 없는 시외곽 지역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A선과 B선만 잘 눈여겨보시면 충분합니다.
지하철 이용 시 알아야 할 사항
본래 로마시의 계획은 C선을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움까지 연장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마라는 도시 특성상 땅만 파면 유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공사 진행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시내 관광 시 지하철보다는 버스나 트램을 이용하시는 것을 더 권해드립니다.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내부가 깨끗하지도 않을뿐더러, 역들이 유적지 바로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 광장역에 내린다고 해서 바로 광장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역에서 나와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식입니다.
그래도 노선도가 익숙한 분들에게는 지하철이 버스보다 길 찾기 수월할 수도 있겠으나, 어떤 역에서 내리든 최소 5분에서 10분 정도는 걷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A선의 주요 역 정보
A선은 로마의 핵심적인 유적지들로 접근하기에 매우 편리한 노선입니다.
치프로(Cipro) 역은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앞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곳은 바티칸의 뒤편입니다. 성벽을 따라 쭉 내려가면 바티칸 박물관 정문에 닿을 수 있습니다.
오따비아노(Ottaviano) 역은 성 베드로 대성당을 갈 때 가장 유용합니다.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베드로 성당이 나오고, 오른쪽 길로 올라가면 박물관 정문이 나옵니다.
길 찾기 걱정은 안 하셔도 되는 게, 오전에는 사람들이 박물관 쪽으로, 오후에는 성당 쪽으로 몰려가니 그 인파를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이 근처에 있는 클래식 음반점 ‘리코르디’를 자주 들르곤 했습니다.

플라미니오(Flaminio) 역에서 내리면 바로 포폴로 광장과 마주하게 됩니다. 광장 정면에 나란히 서 있는 ‘기적의 성모 마리아 성당’과 ‘몬테산토의 성모 마리아 성당’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스페인 광장이나 트레비 분수까지는 지하철을 다시 타기보다 그냥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스파냐(Spagna) 역은 이름 그대로 스페인 광장으로 연결됩니다. 역에서 내려 꽤 걷다 보면 그 유명한 스페인 계단이 나타납니다. 계단 꼭대기에는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르베리니(Barberini) 역은 고급 호텔과 식당이 밀집한 비아 베네토 거리 끝자락에 위치합니다. 퀴리날레 대통령궁이나 트레비 분수로 이동하기에 좋은 지점입니다.

레푸블리카(Repubblica) 역 근처에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천사의 성모 마리아 성당과 로마 국립 박물관이 있습니다. 광장 바로 건너편으로 로마 중앙역인 테르미니역이 보일 정도로 가깝습니다.
테르미니(Termini) 역은 로마의 모든 대중교통이 모이는 중심지라 무척 어수선합니다.
저도 유학 시절 이곳에서 소매치기를 두 번이나 당했을 만큼 치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곳입니다.
가방과 지갑을 철저히 단속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영어 대신 우리말로 크게 “도둑이야”라고 외치세요. 사방에 깔려 있는 사복 경찰들이 즉각 반응할 겁니다.

산 조반니(San Giovanni) 역은 라테라노의 성 요한 성당 근처이며, 건너편에는 종교적으로 의미가 깊은 ‘성 계단 성당’이 있습니다.
루터가 무릎으로 올랐다는 그 계단을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B선의 주요 역 정보
B선은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관통하는 노선입니다.
까부르(Cavour) 역에서 나오면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을 바로 찾을 수 있고, 그 길을 따라 2~3분만 내려가면 로마 공회장 거리에 도착합니다.

콜로세오(Colosseo) 역은 출구를 나서자마자 압도적인 콜로세움의 위용을 마주하게 되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고대 로마 관광은 이곳에서 시작하시길 추천합니다. 여기서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을 거쳐 대전차 경기장까지 훑어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갈 것입니다.
치르코 마시모(Circo Massimo) 역은 우리말로 대전차 경기장 역입니다. 영화 ‘벤허’의 배경이 된 거대한 부지를 보실 수 있으며, 경기장 끝자락에는 ‘진실의 입’이 위치해 있습니다.
산 파올로(San Paolo) 역 인근에는 사도 바울의 묘가 안치된 성밖의 성 바오로 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티켓 및 요금 정보
티켓은 지하철역 무인 발권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1회권, 24시간권, 3일권 등이 있지만 저는 그때그때 한 장씩 사서 쓰는 편을 선호합니다.
가격은 1회권 기준 1.50유로이며, 버스와 트램을 포함해 100분 동안 유효합니다.
다만 지하철은 한 장의 티켓으로 딱 한 번만 탑승할 수 있습니다. 24시간권은 7유로, 72시간권은 18유로이며 10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입니다.
중요한 것은 개찰구에서 반드시 티켓을 체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역무원이 불시에 검사할 때 체크되지 않은 티켓을 들고 있거나 티켓을 버렸다면 무거운 벌금을 물게 되니, 목적지에서 나갈 때까지 티켓을 잘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운행 시간
로마 지하철은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운행하며,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새벽 1시 30분까지 연장 운행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목적지 근처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역에서 내려 유적지까지 걸어가야 하는 거리가 상당하다는 점은 계획 세우실 때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