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근교의 유명한 유적지 오스티아 안티카, 에트루리아 공동묘지, 하드리아누스 별장, 티볼리까지 인파를 피해 로마 역사를 깊이 경험하는 여행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문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약 63%가 여행을 마친 뒤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일정이 너무 빡빡했거나 시기를 잘못 잡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를 놓친 게 가장 아쉬웠다는 이야기입니다.
로마에는 매년 700만 명이 찾는 콜로세움 같은 상징적인 유적지가 있는 반면,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고고학 유적지가 놀랄 만큼 한산한 곳도 많습니다.
꼭 봐야 할 유명한 장소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 유적지 사이에서 여행자들은 늘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도 직접 로마의 오래된 거리와 자갈길을 하나씩 걸어 보며 답을 찾아봤습니다. 사람에 치이지 않으면서도 로마의 깊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 어디인지 말입니다.
사람 없는 오스티아 안티카, 시간 선택이 핵심입니다
대부분의 관광 가이드는 정오쯤 단체 관광객을 로마의 옛 항구 도시인 오스티아 안티카로 데려갑니다.
하지만 조금 경험이 있는 역사 애호가들은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개장 시간에 맞춰 들어가는 겁니다.
아침 일찍 도착하면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된 유적지를 거의 혼자서 걷다시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오전 10시 이전이 가장 좋습니다.
이 시간에는 아침 햇살이 넵튠 욕장의 2천 년 된 모자이크 위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아주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로마 중심에서 이동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오전 8시 30분쯤 포르타 산 파올로 역에서 지역 열차를 타면 됩니다.
그러면 북적이는 관광객보다 먼저 도착해 고대 창고와 극장 같은 건물들을 여유 있게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이 유적지는 규모가 약 40헥타르로 꽤 넓습니다. 그래서 입구에서 천천히 돌기보다 서쪽 구역으로 바로 이동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곳에는 고대 아파트 형태의 건물인 인술라가 특히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오후가 되면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방문한 사람들은 관광객들이 놓치기 쉬운 2층 발코니 구조까지 천천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26년 기준 달라진 유적지 방문 방식
요즘 로마의 고고학 유적지를 여행할 때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꽤 중요해졌습니다.
현재 주요 유적지 입장권은 “이탈리아 박물관(Musei Italiani)” 앱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스티아 안티카 역시 이 앱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현재 약 18유로입니다.
티볼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조금 더 편한 방법도 있습니다. 하드리아누스 빌라와 빌라 데스테를 함께 볼 수 있는 ‘빌라 패스’를 이용하면 3일 동안 두 유적지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일부 유적지는 방문 인원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티볼리에 있는 멘사 폰데라리아 같은 장소는 한 번에 약 16명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온라인 예약이 거의 필수입니다.
교통 시스템도 예전보다 편리해졌습니다. 기차역과 에트루리아 공동묘지를 연결하는 셔틀버스는 비접촉식 카드나 코트랄 앱을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에트루리아 문명의 유적
로마에서 차나 기차로 약 90분 정도 이동하면 체르베테리와 타르퀴니아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에트루리아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이 유적의 특별한 점은 로마 제국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프레스코화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 세기 전 에트루리아 귀족들이 사용하던 무덤 안에는 여전히 생생한 색채의 벽화가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이곳에는 집 모양으로 만든 무덤들이 있습니다.
내부에는 침대나 의자처럼 보이는 가구가 돌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마치 지하에 또 하나의 도시가 있는 느낌입니다.
타르퀴니아의 몬테로치 공동묘지에는 ‘표범의 무덤’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기원전 470년경에 그려진 연회 장면 벽화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황토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그림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고고학자들은 오후 3시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시간에는 햇빛이 무덤 내부로 들어와 벽화가 가장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별 여행객이라면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오전 9시 5분 기차를 타고 타르퀴니아로 이동한 뒤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하드리아누스 별장을 제대로 보는 방법
티볼리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별장은 규모만 해도 약 100헥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유적입니다.
하지만 단체 관광객이 이용하는 코스는 보통 두 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전체 유적의 약 20% 정도만 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여유 있게 보고 싶다면 이동 시간을 조금 바꿔 보는 것이 좋습니다.
평일 오전 10시 32분에 폰테 맘몰로에서 출발하는 코트랄 버스를 이용하면 단체 관광객들이 점심을 먹는 시간대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개인 휴식 공간으로 사용했던 해상 극장이나 조각상으로 장식된 카노푸스 연못을 비교적 조용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공식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한다면 소규모 그룹 투어를 선택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투어에서는 평소 일반 방문객에게 공개되지 않는 지하 노예 터널 같은 공간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기억해 두세요. 신발은 편한 것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로마 시대의 돌길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표면이 꽤 울퉁불퉁한 곳도 많습니다.
티볼리,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가 만나는 곳
많은 사람들이 티볼리를 찾는 이유는 르네상스 시대의 분수로 유명한 빌라 데스테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간을 내면 그 근처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장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고대 시인 호라티우스의 빌라입니다.
이 두 장소를 함께 방문하면 로마 시대의 시적 풍경과 르네상스 건축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먼저 오전 8시 30분에 문을 여는 시인의 빌라부터 방문해 보세요. 아침 시간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모자이크 바닥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전 11시쯤 빌라 데스테로 이동하면 됩니다. 이때쯤이면 첫 번째 관광객들이 이미 이동한 뒤라 비교적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두 유적지 사이에는 약 40분 정도 걸리는 길이 있습니다. 올리브 숲을 지나며 이어지는 고대 로마 도로를 따라 걷는 길입니다.
아침에 티볼리 시장에 들러 간단한 도시락을 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면 시인 호라티우스가 식사를 즐겼다고 전해지는 장소에서 작은 피크닉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두 곳을 함께 둘러보면 이탈리아 역사 가운데 어느 한 시대만 보는 아쉬움이 훨씬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