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테스타치오 지역의 숨겨진 비밀 테스타치오 지역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로마에 가면 대부분 콜로세움이랑 바티칸만 보고 돌아오죠. 워낙 유명하니까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테스타치오라는 동네는 그냥 지도 위에서만 보고 지나치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경험하지 못한 채 떠난다고 해요. 조금 아쉬운 일입니다.
로마 테스타치오 지역
테스타치오 동네는 간단하게 체스티오의 피라미드가 있는 지역입니다 이 동네야말로 로마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분위기, 그리고 음식의 진짜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거든요.
테스타치오는 예전부터 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지역입니다.
겉으로 번쩍이는 관광지와는 다르게, 골목마다 생활의 흔적이 묻어 있습니다. 영어 간판은 많지 않고, 가이드북에 크게 소개된 곳도 드뭅니다.
대신 이름 없이 오래 자리를 지켜 온 트라토리아가 있고, 대대로 내려오는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내놓습니다.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로마 유적이 슬쩍 모습을 드러내고, 엽서에 나올 법한 장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매력을 모른 채 겉만 보고 지나가면, 결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숙소에 머물다 돌아오는 셈이 될 수도 있죠.
테스타치오 시장에서 식사해 보세요
이 동네를 이해하려면 먼저 시장부터 가보는 게 좋습니다. 테스타치오 시장은 로마 음식 문화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처음 가면 규모도 크고 선택지도 많아서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땐 15번 가판대 ‘모르디 에 바이’에서 시작해 보세요.
스코토나 고기를 넣은 파니노는 1970년대부터 시장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져 온 메뉴입니다. 간단해 보여도 한입 먹어 보면 왜 오래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치즈를 좋아하신다면 북서쪽 모퉁이에 있는 카세이피치오 바르베리니를 찾아가 보세요. 건초 속에서 숙성시킨 페코리노처럼 흔히 보지 못하는 치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전 11시 전에 가면 동네 어르신들이 가장 좋은 아티초크를 고르려고 흥정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점심때는 플라비오 알 벨라베보데토에서 트러플 파스타를 주문해 보세요. 근처 직장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식사하게 됩니다.
이곳은 아직 현금 결제가 익숙한 곳이고, 영어가 서툰 상인도 있지만, 웃으며 손짓으로 주문해도 충분히 통합니다. 오히려 그 과정이 여행의 재미가 되죠.
피라미드를 조용히 만나는 시간
테스타치오에는 로마에서 유일한 이집트식 피라미드, 가이우스 체스티우스의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세월로 보면 콜로세움과 비슷한 시대인데, 놀랍게도 훨씬 한적합니다. 방문 시간만 잘 맞추면 더욱 여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 30분 개장 시간에 맞추거나, 점심 무렵에 가면 단체 관광객과 겹치지 않습니다.
바로 옆 비가톨릭 묘지에서는 저녁 투어도 진행됩니다. 해가 기울 무렵 피라미드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꽤 인상적입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큰 도로 쪽이 아니라 묘지 입구 쪽으로 가 보세요. 시인 셸리의 묘를 배경으로 잡으면 훨씬 분위기 있는 장면을 담을 수 있습니다.
테스타치오의 밤
이 동네의 밤은 관광객보다 로마 사람들이 더 많이 찾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만 알면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로 스코페타로에서 가볍게 한 잔 시작해 보세요. 10유로 정도의 칵테일을 주문하면 간단한 안주가 꽤 넉넉하게 나옵니다. 저녁을 대신해도 될 만큼입니다.
라이브 음악이 좋다면 아카브 클럽을 추천합니다. 트라스테베레의 북적이는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게, 조금 더 차분하고 현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여름이라면 몬테 테스타치오의 테라스도 좋습니다. 옛날 로마 시대에 쌓아 올린 도자기 파편 언덕이 지금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변했습니다.
밤 11시가 넘으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로마 사람들은 대체로 저녁을 늦게 시작하니, 조금 일찍 가면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동네를 편하게 오가는 방법
테스타치오는 지하철이 바로 닿지 않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알고 나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테르미니역에서 280번 버스를 타면 피라미데 정류장까지 바로 옵니다. 3번 트램을 이용하면 테베레 강을 따라 이동하게 되어 창밖 풍경도 좋습니다.
좀 더 특별한 방법을 원한다면 아피아 고대 유적지 방문자 센터에서 자전거를 빌려 보세요. 고대 아피아 가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테스타치오로 이어집니다.
트라스테베레에서 걸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약 25분 정도 걸리는데, 수블리치오 다리를 건너는 길이 꽤 운치 있습니다.
숙소를 이 근처에 잡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판테온 주변보다 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이고, 심야 버스가 새벽까지 운행해 밤 늦게 돌아와도 부담이 적습니다.
관광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동네를 빼놓기엔 아까운 점이 많습니다. 로마의 겉모습이 아니라 속살을 보고 싶다면, 하루 정도는 테스타치오에 시간을 내보셔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