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할 때 수돗물 먹어도 되나요?

이탈리아 여행할 때 수돗물 먹어도 될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탈리아의 물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물 문제입니다.

“물 갈아먹고 탈 나면 약도 없다”는 말, 아마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 역시 어릴 적 부모님이나 어르신들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수돗물 사정이 지금 같지 않아서 물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집이나 식당에서도 항상 물을 끓여 먹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요즘은 수질이 아주 좋아졌다고 홍보도 많이 하지만, 저는 이탈리아에서 15년 동안 물을 사 먹던 버릇이 남아서인지 한국에서도 여전히 페트병에 든 생수를 주문해서 마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행할 이탈리아의 수돗물 사정은 과연 어떨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탈리아의 수돗물 현황

이탈리아 수자원 연구소인 IRSA의 발표를 보면, 이탈리아는 수로 시설과 수질 측면에서 유럽 내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럽 하면 떠오르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같은 쟁쟁한 나라들 사이에서 5등이라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거의 꼴찌나 다름없어 보입니다만, 유럽 전체의 크고 작은 나라들을 다 합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탈리아 수돗물의 85%는 지하수입니다. 알프스 산맥에서 내려오는 물은 대부분 석회 성분이 강해서 그대로 식수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수질 자체는 관리가 잘 되어 좋은 편이지만, 생수와 달리 수돗물은 정수장에서 집까지 수 킬로미터를 수도관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결국 각 가정에 도달했을 때의 수질은 그 집의 수도관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돗물이 가진 장점

우선 국가에서 공인하고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부 기관에서 엄격한 기준치를 두고 통제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들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생수보다 수돗물에 대한 규정이 더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가끔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중에는 수돗물 허용 기준치 이상의 비소나 망간 같은 원소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수치상으로는 수돗물이 더 안전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습니다.

생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물은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빨래나 청소 등 생활 전반에 쓰이는데, 만약 이 물값이 생수처럼 비싸다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겠지요.

또한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페트병 같은 포장재가 필요 없고, 물을 사러 자동차를 타고 마트에 갈 필요도 없으니 공해 유발을 줄이는 아주 착한 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돗물이 가진 단점

하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가장 먼저 염소의 존재입니다.

이탈리아 법적으로 수로 소독을 위해 염소 성분을 반드시 포함하게 되어 있습니다.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양에 따라 물맛을 아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필터를 달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생수를 사 먹는 것과 비용 차이가 크지 않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수도관의 노후화입니다. 오래된 수도관을 타고 오면서 이물질이 섞일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히 녹물이 나오는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충격적이게도 석면 성분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국립 석면 관측소인 ONA에서 항상 수질을 체크하고 있다고 하니, 노후된 건물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생수가 가진 장점

생수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수돗물은 주는 대로 마셔야 하지만, 생수는 물의 종류나 포함된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고 마음에 드는 회사의 제품을 골라 살 수 있습니다.

가격대도 몇백 원짜리부터 값비싼 프리미엄 생수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또한 염소가 들어있지 않아 물맛이 훨씬 좋습니다. 생수는 법적으로 염소를 넣을 의무가 없기 때문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염소가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물맛을 변질시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주범이기도 한데, 생수는 이런 걱정 없이 맛있는 물을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생수가 가진 단점

단점이라면 역시 비싼 가격입니다. 포장비와 운반비가 포함되니 수돗물보다 비싼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저도 이탈리아 거주 초기에는 브리타 정수기를 사서 수돗물을 걸러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계산해 보니 한 달 필터 교체 비용이나 생수를 사 먹는 비용이나 별반 차이가 없더군요.

오히려 매번 물을 정수통에 담아 기다리는 과정이 귀찮아서 결국 생수를 사 먹는 쪽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큰 단점은 페트병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생수가 플라스틱 병에 담겨 판매되는데, 이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됩니다.

이탈리아에서도 페트병 재활용률이 4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환경을 생각하면 생수를 마실 때마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탈리아 여행 시 수돗물 음용에 대한 조언

제 개인적인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여행 중에 급한 상황에서 수돗물을 한두 모금 마시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장기간 거주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값이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염소보다 더 무서운 적은 바로 석회 성분입니다.

석회는 우리 몸에 들어오면 배출되지 않고 발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오랜 기간 수돗물을 마신 현지인 중에는 다리가 코끼리처럼 굵어지는 증상을 겪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물만큼은 꼭 사서 마셨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석회 때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짧은 여행 기간 동안 이탈리아 수돗물을 조금 드시는 것은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경비를 아끼겠다고 빈 페트병에 수돗물을 가득 담아가지고 다니며 계속 마시는 것은 가급적 피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즐거운 여행길, 물 한 병 정도는 편하게 사서 드시는 것이 건강과 기분을 모두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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