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의 비밀 놓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장소들

바티칸의 비밀 놓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장소들 알려드릴게요

해마다 5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스티나 성당을 찾습니다. 그런데 정작 바티칸 안쪽 깊은 곳까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들 경건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기대하고 오지만, 막상 들어가면 사람 물결에 떠밀리고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여유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방문객의 78%가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는 둘러보지도 못한 채 돌아간다고 합니다.

사실은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조용한 정원, 쉽게 공개되지 않는 작은 예배당, 숨이 멎을 듯한 전망대가 사람들이 몰리는 동선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사진 몇 장을 더 찍고 덜 찍는 문제가 아닙니다. 바티칸이라는 도시 국가를 특별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통째로 놓치는 셈이지요.

현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숨겨진 카라바조의 작품이 어디 있는지, 줄을 길게 서지 않고 도나토 브라만테의 나선형 계단에 오르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름 더위에 지쳤을 때 물을 마실 수 있는 안뜰 분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바티칸 공동묘지, 시간을 거슬러 내려가는 길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에는 고대 로마 시대의 묘지 구역인 바티칸 네크로폴리스가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사도 베드로가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하지요. 지상 가까이에 있는 동굴 구역은 늘 붐비지만, 실제 발굴 구역을 방문하려면 바티칸 발굴 사무소를 통해 사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이 절차를 알고 준비하는 여행자는 많지 않습니다.

직접 내려가 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1세기 모자이크와 비문이 눈앞, 그것도 몇 센티미터 거리에서 펼쳐집니다.

하루 입장 인원이 250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비교적 조용한 환경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콘스탄티누스 1세가 세웠던 최초의 대성당 기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역사책에서 읽던 문장이 눈앞의 돌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름철에도 지하 통로의 온도는 약 18도로 유지되어, 로마의 뜨거운 공기를 잠시 잊게 해줍니다.

바티칸 미술관,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씩

바티칸 미술관에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이 곧장 시스티나 성당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방대한 컬렉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2번 전시실에는 라파엘로의 마지막 작품인 ‘변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화가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의 배치에 가깝게 놓여 있어 의미가 깊습니다.

붐비는 단체 관람에서는 이 작품이 스쳐 지나가듯 소비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침 시간에는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 앞에서 조용히 스케치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머물 가치가 있는 공간입니다.

전시 동선을 시대순으로 따라가다 보면 중세 삼면화에서부터 조토의 ‘스테파네스키 제단화’에 이르기까지 예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그리고 카라바조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앞에 놓인 벤치에 잠시 앉아 보십시오. 빛과 어둠의 대비가 왜 그를 거장이라 부르는지 천천히 느껴질 겁니다.

브라만테의 나선형 계단, 진짜는 따로 있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나선형 계단은 사실 현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16세기에 설계된 원래의 계단은 도나토 브라만테의 작품으로, 피오 클레멘티노 박물관 내 그리스 십자가 홀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전령들이 서로 마주치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상시 개방은 아니고, 가이드가 이끄는 소규모 단체에게 간헐적으로 공개됩니다. 특히 늦은 오후에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계단 중앙에서 낮게 속삭이면 위쪽까지 소리가 전달되는 독특한 음향 구조도 흥미롭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가면의 방’에는 2세기 로마 모자이크와 돌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습니다.

버스 코스 밖의 바티칸 정원

바티칸 정원을 둘러보는 버스 투어도 있지만, 정원의 진짜 매력은 도보로 걸을 때 드러납니다.

바티칸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는 도보 코스는 ‘분수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독수리 분수를 지나 프란치스코회 수도사들이 가꿔온 중세식 정원을 거칩니다.

봄이 되면 광장 정원이 기하학적인 무늬로 꽃을 피우는데, 그 배치가 바티칸 도서관의 장식 디자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투어는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한 번에 최대 30명까지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원 안에 있는 카시나 피오 4세 안뜰은 자연스러운 울림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문학자들도 이 공간을 활용했다고 전해집니다. 관광버스 창밖으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함과 깊이가 그 안에 있습니다.

바티칸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고, 훨씬 깊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만 따라가면 반쪽짜리 방문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준비하고,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여행은 결국 얼마나 알고, 얼마나 머무르느냐에 달려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