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전통 시장 방문해 보기 로마를 여행한다면 꼭 한 번쯤 해보고 싶죠 이글에선 로마사람들이 자주 가는 시장을 알아봅니다
‘영원한 도시’라고 불리는 로마 곳곳에 크고 작은 시장이 스무 곳도 넘게 흩어져 있습니다. 준비 없이 가면 사람에 치이고,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매다가 시간만 보내기 딱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객 가운데 10명 중 6~7명은 제대로 된 지역 특산품 한 번 맛보지 못하고 돌아가고, 또 어떤 분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기념품을 비싼 값에 사 오기도 하지요.
결국 중요한 건 로마 사람들이 실제로 어디에서 장을 보는지, 시장 분위기는 어떤지, 수많은 가판대 사이에서 어떻게 물건의 질을 가려내는지 아는 겁니다.
이른 아침 캄포 데 피오리 광장에서 시작해, 골동품과 잡동사니로 가득한 포르타 포르테세까지 둘러보면, 시장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나름의 규칙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알고 보면 저마다 숨겨둔 보물 같은 가게들이 있어요.
로마 시장은 언제 가야 좋을까
로마 시장은 운영 시간이 제각각이라 현지인도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아침 일찍 문 여는 곳에서는 가장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만날 수 있는데, 대신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리온팔레 시장이 그런 곳이지요. 신선도는 최고지만, 늦잠 자면 끝입니다.
반대로 저녁 무렵이 되면 대부분의 시장은 정리 분위기인데, 테스타치오 시장은 그때부터 다시 활기가 돕니다.
또 로마에서 제일 크다고 소문난 벼룩시장 포르타 포르테세 시장은 일요일에만 열리는데, 점심 무렵 가면 사람에 떠밀려 다녀야 할지도 모릅니다.
화요일 아침에는 트리에스테 시장에서 귀한 트러플을 구할 수 있고, 금요일에는 캄파냐 아미카 시장에서 라치오 지방 유기농 농산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정은 미리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관광지 근처라도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는 문을 닫고 쉬는 상인이 많습니다.
그 시간을 피하면 훨씬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고, 가격도 조금 더 좋게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로마 사람들이 진짜로 가는 시장
캄포 데 피오리는 사진 찍는 분들로 늘 붐빕니다. 하지만 정작 로마 사람들은 조금 덜 알려진 시장을 더 좋아합니다.
바티칸 근처의 트리온팔레 시장은 2층 건물에 200개가 넘는 가판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포르케타나 페코리노 치즈 같은 제대로 된 먹거리를 살 수 있지만, 여행 책자에는 크게 소개되지 않지요.
테스타치오 시장은 시설은 현대식으로 바뀌었어도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그 안에 있는 Mordi e Vai에서는 로마식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는데, 현지인들이 줄 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빈티지 물건을 찾는다면 매달 열리는 Mercato Monti Unplugged도 괜찮습니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천천히 둘러볼 수 있거든요.
또 가르바텔라 시장이나 산 조반니 디 디오 광장 같은 동네 시장에 가보면, 관광객보다 동네 주민이 더 많습니다.
영어는 잘 통하지 않을지 몰라도, 대신 가격은 관광지보다 30~40%쯤 저렴합니다. 게다가 역사 지구에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법
로마 시장이라고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가죽이라 해놓고 합성 제품인 경우도 있고, ‘앤티크’라 적어두고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을 파는 일도 있습니다.
치즈나 올리브 오일을 살 때는 DOP 표시가 있는지 꼭 보세요. 원산지를 보증하는 표시입니다.
로마산 아티초크는 잎이 둥글게 말려 들어간 모양인데, 계절과 상관없이 늘 같은 모양으로 나오는 건 의심해 볼 만합니다.
가죽 제품은 기념물 주변에서 호객하는 상인보다는 몬티 시장 쪽 상인들의 품질이 낫습니다.
음식을 살 때는 간단합니다. 현지인들이 줄 서 있는 곳을 찾으세요. 장작불 오븐이 있는 빵집이나 구안찰레를 숙성시키는 정육점 앞에는 늘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와인을 고를 때도 병에 콜로세움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대신 라벨에 LZ처럼 지역을 뜻하는 약자가 적혀 있는지 살펴보는 게 더 믿을 만합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여행을 기분 좋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실망을 안기기도 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면 좋습니다
로마 시장에는 말로 적혀 있지 않은 규칙이 있습니다. 북쪽 지방처럼 줄이 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상인은 보통 먼저 온 사람부터 챙깁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지 않게 우리식으로 “지나갑니다”라는 “뻬르메쏘 permesso” 한마디 건네면 훨씬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물건은 허락 없이 만지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시식도 먼저 물어보는 게 좋고요. 작은 금액이라도 현금을 준비해 두는 게 편합니다.
요즘은 카드 단말기를 두는 곳도 늘었지만, 아직은 현금이 훨씬 수월합니다.
장바구니를 가져가면 상인들이 좋아합니다. 치즈나 햄을 주문할 때 “운 에또”라고 하면 100그램을 뜻합니다. 200그램은 두에 에띠라고 하시면 됩니다
흥정은 음식이 아닌 물건에 한해서 조심스럽게 해보는 게 좋습니다.
억지로 깎으려 하기보다, “조금 조정해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부드럽게 묻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스콘토?” 하고 끝을 살짝 올리면 됩니다
이런 자잘한 차이를 알고 움직이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로마 사람들 삶 한가운데를 잠시 함께 걷는 기분을 맛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