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좋아하는 분을 위한 로마 여행 계획 로마의 2800년 역사를 효율적인 로마 여행 전략을 소개합니다.
로마라는 도시는 역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쉽게 압도되는 곳입니다. 2,800년이 넘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유적지만 해도 280곳이 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자들이 막상 현장에 가면 어디부터 봐야 할지 몰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3년 로마 관광 통계에 따르면 방문객들은 하루 평균 3.7시간을 “어디를 갈지 결정하는 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정오가 되면 판테온의 둥근 천창으로 햇빛이 정확히 쏟아지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순간을 놓치면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최근 다시 공개된 도무스 아우레아의 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유명 관광지의 인파까지 더해지면 여행이 더 힘들어집니다.
콜로세움에는 매년 210만 명 이상이 몰리다 보니 아침부터 긴 줄이 만들어집니다. 바티칸 박물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티켓이 갑자기 매진되면 일정이 꼬이기 쉽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여행자일수록 고민이 더 깊어집니다.
꼭 봐야 할 장소와 숨은 유적 사이에서 갈등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고, 마지막에는 감탄보다 피로가 더 크게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로마 여행에서는 ‘어디를 언제 보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콜로세움 인파를 피하면서 지하 유적은 놓치지 않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콜로세움 입장 줄이 길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전 9시에도 일반 입장 줄은 90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검투사들이 싸움을 준비하던 지하 공간인 콜로세움 히포게움은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이곳은 일반 줄이 아니라 시간 예약으로 입장하기 때문에 훨씬 여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콜로세움 개장 약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입구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쪽이 비교적 덜 붐빕니다.
미리 예약한 티켓을 가지고 가면 오전 10시 단체 관광객이 몰리기 전에 지하 미로 같은 공간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여행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또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로마 포럼과 팔라티노 언덕을 함께 볼 수 있는 ‘슈퍼 티켓’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티켓에는 팔라티노 언덕에 있는 숨은 유적 팔라티노 님파이움도 포함됩니다. 이런 티켓을 이용하면 평균적으로 대기 시간을 약 68% 줄일 수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조금 덜 알려진 장소도 하나 있습니다. 메타 수단스 유적입니다.
이곳에서는 콜로세움 지하 구조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이라 비교적 한적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만 보고 나오기엔 아쉬운 바티칸
대부분의 관광객이 시스티나 성당을 보기 위해 바티칸 박물관에 들어갑니다. 하루에 2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몰리다 보니 내부가 꽤 붐빕니다.
하지만 박물관 안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만테 나선형 계단이나 가면의 방 같은 공간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입니다.
관람 시간도 중요합니다. 수요일 오전에는 교황 알현 때문에 관광객이 분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크루즈 관광객들이 떠나는 오후 늦은 시간도 비교적 여유가 있습니다.
회화 작품을 좋아한다면 바티칸 피나코테카도 꼭 들러볼 만합니다. 특히 라파엘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변모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시스티나 성당보다 방문객이 약 80% 이상 적습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한다면 바티칸 네크로폴리스도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아래에 있는 고대 무덤 유적입니다.
다만 방문하려면 몇 주 전에 이메일로 예약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방문객의 97%가 이곳을 놓치고 지나간다고 합니다.
황제의 기념물 말고 공화정 시대의 흔적
로마 여행을 하다 보면 대부분 황제 시대의 거대한 건축물에 시선이 쏠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공화정 시대 유적도 흥미로운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헤라클레스 빅토르 신전입니다. 기원전 4세기에 지어진 대리석 신전으로, 이후 교회로 사용되면서 비교적 완벽하게 보존되었습니다.
이 신전은 보카 델라 베리타 광장 근처에 있습니다.
같은 광장에 있는 진실의 입 앞에는 늘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훨씬 조용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지하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재사용했던 이교도 제단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장소는 라르고 디 토레 아르헨티나입니다. 이곳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고대 유적 사이에서 약 120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카라칼라 욕장 지하에 있는 미트라 신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오후 3시에서 6시 사이에 개방되며, 비교적 잘 보존된 벽화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고고학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관람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밤이 되면 유적은 또 다른 모습이 됩니다
낮 동안 관광객이 떠나고 나면 로마의 유적들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조명이 켜지면서 오래된 건축물이 훨씬 극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판테온은 여름 저녁이면 달빛이 둥근 천창을 통해 들어옵니다. 보통 오후 7시 30분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또 트라야누스 기둥은 밤에 보면 전투 장면이 마치 입체적인 이야기책처럼 보입니다. 조명이 조각을 하나하나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활동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아피아 가도에서 자전거를 빌려 고대 길을 따라 달려보는 것입니다.
오후 5시 이전에 출발하면 지하 묘지와 오래된 귀족 저택들을 지나며 천천히 로마 외곽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도무스 아우레아의 야간 투어도 있습니다. 가상 현실 장비를 통해 네로 황제 궁전의 내부를 재현해 보여 주는데, 회전하던 천장 구조까지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부담 없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르첼로 극장 근처에서는 여름 저녁에 오페라 공연이 열리기도 합니다.
달빛 아래에서 공연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한때 로마 시민들이 모여 즐기던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